유통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쿠팡이 마침내 택배 시장마저 평정했다. '로켓배송'으로 상징되는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을 발판 삼아, 유통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데 이어 물류 시장의 왕좌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택배 계열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3조8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6.3%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한 수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 또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한 551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CLS는 설립된 지 불과 6년 만에 국내 택배업계의 부동의 1위였던 CJ대한통운을 매출액 기준으로 넘어섰다. 같은 기간 CJ대한통운의 택배·e커머스 사업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2% 소폭 증가한 3조7289억원에 그쳤다.
쿠팡의 무서운 성장세는 업계 2, 3위 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지난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의 택배사업 매출액은 각각 1조4291억원, 1조3848억원으로 CLS 매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CLS의 매출액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의 전사 매출액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택배 빅3 모두가 주춤하는 사이 쿠팡만이 압도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쿠팡의 물류 혁신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성장세 또한 매섭다. 지난해 CFS의 매출액은 4조37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나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799억원으로 27% 늘어났다. CLS와 CFS를 합친 쿠팡 물류 계열사의 총 규모는 8조원대에 달하며, 이는 쿠팡의 '로켓' 성장이 단순한 유통 시장의 변화를 넘어 물류 시장 전체를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유통 시장 1위 쿠팡의 거침없는 성장이 결국 물류 시장까지 지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쿠팡은 유통업계 최초로 연 매출 40조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부문의 매출액은 36조4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성장하며 쿠팡의 성장을 견인했다.
향후 쿠팡의 물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쿠팡은 아직까지 기업 대상 물류 서비스인 3자물류(3PL)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 구축된 방대한 쿠팡의 물류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3PL 시장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경쟁사인 CJ대한통운마저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응하기 위해 주 7일 배송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쿠팡의 막강한 영향력을 방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의 등장은 유통 시장의 핵심 경쟁력을 단순한 상품 판매에서 빠르고 편리한 물류 서비스로 이동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하며, "유통과 물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쿠팡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쿠팡은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을 무기로 유통 시장을 넘어 택배 시장까지 석권하며 대한민국 이커머스 시장의 지형도를 완전히 새롭게 그리고 있다. 앞으로 쿠팡이 국내 유통 및 물류 산업에 어떤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올지, 그 파급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