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폭탄, 글로벌 경제 곳곳에 ‘지뢰’”…택배 중단부터 항공기 발 묶이고, 농산물 보이콧까지

 

한대협타임즈 배상미 기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전 세계 경제를 예측 불허의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물류, 항공, 소상공인, 심지어 통화 정책에까지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각국 경제 주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적 특송 기업, 고가 물품 배송 중단 ‘초강수’

 

가장 즉각적인 영향은 국제 물류 업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특송 기업인 DHL 익스프레스가 오는 21일부터 미국 내 개인 고객에게 800달러(약 113만원)를 초과하는 글로벌 기업·개인 간(B2C) 배송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DHL 측은 “새로운 미국 세관 규정 때문”이라며 불가피한 조치임을 밝혔다. 종전에는 2500달러가 넘는 물품에 대해서만 정식 통관 절차가 요구되었으나, 지난 5일부터 그 기준이 800달러 초과 상품으로 대폭 강화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DHL은 기업 간(B2B) 배송 서비스는 유지되지만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800달러 이하의 배송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조치가 글로벌 교역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특송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DHL은 이번 결정이 일시적인 조치임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만큼,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차이나타운, ‘관세 폭탄’ 직격탄…생존 위한 몸부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소상공인들의 생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뉴욕 차이나타운의 중국계 미국인 상인들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무려 145%에 달하는 관세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급격한 비용 상승을 감당하기 위해 상인들은 재고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돼지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앤디 왕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쌓아두는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서 팔고 있는 물건들은 미국 내에 대체품이 없거나, 있더라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토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내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피해를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보잉, 미중 갈등의 ‘새우’ 신세…인도 앞둔 항공기 발 묶여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은 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미중 간 ‘관세 전쟁’의 희생양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샤먼항공에 인도될 예정이었던 보잉 737 맥스 항공기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생산기지에 다시 착륙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샤먼항공의 도색까지 완료된 이 항공기는 중국 저장성 저우산에 위치한 보잉사의 완성센터에서 인도되기를 기다리던 항공기 중 한 대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중국 당국이 미국의 관세 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자국 항공사들에 보잉사 항공기 인도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항공기의 시애틀 귀환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공세로 인한 미·중 간 상호 보복 관세 조치로 인해 희생된 것”이라고 분석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미국 경제마저 ‘경고음’…여름철 경기 침체 우려 고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은 자국 경제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 가능성을 언급하며 통화 당국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올여름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굴스비 총재는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재고를 쌓고 있다”며 “이러한 가수요 현상 때문에 현재는 높은 수준의 경제 활동이 유지되고 있지만, 가수요가 사라지면 여름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포함, 1000명 넘는 경제학자 ‘반(反)관세’ 공동 성명

 

경제학계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1000명이 넘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관세 정책의 심각한 후폭풍을 우려하며 ‘반(反)관세 선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와 반대 여론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농산물 보이콧’으로 맞불…미국 농가 타격 예고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전쟁에 대비해 농산물 수출 통제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1일 보도를 통해 중국이 작년 8월 이후 매달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구매 계약을 체결해 왔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며칠 앞둔 올해 1월 16일부터는 어떠한 예약 구매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자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앞서 선제적인 보복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정권에 맞서 그의 핵심 지지 기반인 미국 농가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베이징 내 식당들이 이미 미국산 쇠고기를 메뉴판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전하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보이콧’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각국 경제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면서 세계 경제는 ‘관세 폭탄’이라는 거대한 지뢰밭을 헤쳐 나가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