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이커머스 강자들의 견고한 아성이 서서히 균열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유통 업계에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는 신흥 강자 그룹, 이른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가 무서운 기세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거대 자본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그늘에 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이들은, 각자가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핵심 사업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무기 삼아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소비자를 흡수하며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성장세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향후 이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 '천원 마트'의 온라인 영토 확장… 다이소몰, 초저가 전략과 번개 배송으로 MZ세대 '취향 저격'
'1000원 숍' 다이소 역시 강력한 오프라인 집객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기존 오픈마켓 형태의 '다이소몰'과 자체 상품 판매 채널 '샵다이소'를 통합하고 익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온라인 쇼핑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다.
최근에는 대량 주문 고객을 위한 전용관을 오픈하고 강남 일부 지역에 퀵커머스 서비스까지 도입하며 온라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진출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소몰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12월 MAU는 역대 최대인 335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1%나 증가했다. 이는 경기 침체 속 초저가 상품 선호 현상, 매달 600여 개의 신상품 출시, 생활용품 외 뷰티 등 다양한 카테고리 확장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이소는 온라인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4000억 원을 투자, 초대형 물류센터인 세종허브센터와 다이소몰 전용 온라인센터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7년 1월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중부권 물류망 확충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이소몰의 균일가 콘셉트가 중국의 초저가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와 유사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힙'스터들의 온라인 성지, '뷰티' 공룡의 디지털 전환… 무신사-올리브영, 압도적인 버티컬 플랫폼의 힘
무신사와 올리브영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초(超)버티컬' 전략을 통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온라인 시장을 강력하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 20년 동안 패션 한 분야에 집중해 온 무신사는 캐주얼, 디자이너 브랜드, 명품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무신사는 MZ세대의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며, 독창적인 자체 제작 콘텐츠와 차별화된 브랜드 협업을 통해 두터운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000개가 넘는 입점 브랜드와 1500만 명에 달하는 회원 수는 무신사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K-뷰티' 대표 주자인 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온라인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3시간 이내에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배송해주는 '오늘드림' 서비스는 시간과 편리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며 온라인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강화하고, 인기 뷰티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통해 온라인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경북 경산에 축구장 6개 크기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 하루 최대 100만 개의 상품 출고 능력을 확보하며 온라인 물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는 앞으로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흔들리지 않는 '본업 DNA'… 과도한 할인 경쟁 넘어선 차별화된 가치 창출
'올다무'가 성공적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각 플랫폼이 오랜 기간 동안 본업에서 쌓아온 확고한 경쟁력에 있다. 이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처럼 과도한 할인 경쟁에 의존하지 않고도, 높은 충성도를 가진 고객층을 자연스럽게 온라인 플랫폼으로 유입시키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특정 카테고리의 상품을 구매하거나 특정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제품을 찾을 때, 해당 플랫폼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믿고 먼저 방문하게 된다. 이처럼 '올다무'는 각자의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쇼핑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과거 쿠팡이 혁신적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바꿨던 사례와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다. '올다무' 역시 각자의 핵심 역량을 온라인 플랫폼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강력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 탄탄한 수익 구조와 시너지 효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든든한 발판
'올다무'의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본업을 통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안정적인 수익 구조다. 이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온라인 사업 확장의 든든한 재정적 기반이 된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일부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온라인 사업 확장은 각 플랫폼 본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다이소는 온라인 채널의 인지도 상승을 통해 상품 소싱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으며, 패션 및 뷰티 시장에서는 무신사와 올리브영으로의 소비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다무'가 단기적인 성장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온라인 쇼핑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