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계열사 서비스 종료, 심각한 실적 부진, 대규모 인력 감축까지… 패션 플랫폼 업계 ‘브랜디’ 향한 불안감 증폭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업계에 불어닥친 경영난과 서비스 종료 소식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패션 플랫폼 ‘브랜디’의 운영사 뉴넥스(NEWNEX) 역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넥스의 물류 계열사로 알려진 아비드이앤에프(셀피물류)가 최근 전화 유선 상담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브랜디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뉴넥스의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 아비드이앤에프는 현재 대표번호를 통한 전화 상담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또한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로, 사실상 외부와의 소통 채널이 완전히 막혀버린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비드이앤에프의 내부 상황이다. 감사보고서상 기업개황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임직원 수는 2023년 말 기준 단 2명에 불과해, 임원진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운영 인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년째 지속된 영업 손실은 이미 회사를 ‘껍데기’만 남은 상태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모기업인 뉴넥스의 상황 역시 암울하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뉴넥스는 영업 적자는 물론 400억 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결손금이 2,400억 원대에 달하는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자본마저 음수로 돌아서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외부 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뉴넥스와 아비드이앤에프의 감사보고서에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계속기업의 불확실성’ 문구가 명시된 것이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향후 1년 이상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계법인의 강한 의문 제기를 의미한다.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은 두 회사 모두 유동 부채가 유동 자산을 크게 초과하는 심각한 유동성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며, 향후 정상적인 사업 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자산과 부채를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450명에 달했던 뉴넥스의 직원 수는 현재 100명 안팎으로 급감했으며, 이 과정에서 핵심 경영진들의 이탈도 잇따랐다. 윤석호 CTO를 비롯해 이상근 사내이사, 김응수·조정민 사외이사까지 모두 사임하면서 현재 뉴넥스는 서정민 대표와 지난해 5월 선임된 기타비상무이사 3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경영 환경은 내부 직원들의 동요로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와 기업 리뷰 사이트에서는 뉴넥스와 산하 브랜드들의 운영 방식과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올해까지만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잇따른 계열사들의 운영 변화 역시 브랜디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뉴넥스가 운영하던 또 다른 패션 플랫폼 ‘서울스토어’는 지난 1월 2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2년 4월 디유닛으로부터 500억 원에 인수합병을 완료한 지 불과 2년 반 만의 결정이었다. 당시 유튜브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확장을 꾀했지만, 2023년부터 방문자 수가 급감하는 등 사업성이 악화되자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큐텐 그룹 계열사 티메프(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소규모 플랫폼들의 고객 이탈이 가속화된 것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보다 앞선 2023년 6월에는 30대 여성 타겟의 동대문 패션 플랫폼 ‘플레어’마저 수요 부족으로 운영을 종료하고 패션 도매 사업자 대상 앱 ‘셀피’로 전환한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랜디는 지난달부터 페이백 기능을 종료했다. 페이백 머니는 브랜디의 이벤트 및 프로모션에 따라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던 혜택이었지만, 지속적인 적자 상황 속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불가피하게 고객 혜택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운영사의 재정난 심화, 핵심 인력 이탈, 잇따른 계열사 서비스 종료, 고객 혜택 축소 등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되면서 패션 플랫폼 ‘브랜디’마저 조만간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잘나가던 패션 플랫폼의 연이은 몰락은 온라인 패션 시장의 경쟁 심화와 함께 불안정한 경영 환경에 놓인 플랫폼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