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최저임금 결정의 계절이 돌아왔다. 사상 첫 시급 1만 원을 돌파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던 올해와 달리,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시작 전부터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택배·배달기사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 김문수 장관은 지난달 31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 공식 요청하며 2025년 최저임금 결정 절차의 막을 올렸다. 최임위는 법정 기한인 6월 28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의결하여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인상률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1만 30원으로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섰지만, 인상률은 1.7%에 그치며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노동계는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임금 인상이 미미했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내년도 대폭적인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계는 이미 지난해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 2600원을 제시한 바 있어,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의 공격적인 요구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노동계의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1만 2600원으로 결정될 경우, 이는 올해 최저임금 대비 약 25.6%의 인상률에 해당한다.
반면, 영세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곧바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의 숙원,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 본격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택배기사, 배달기사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여부다. 이들은 업무 성과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로, 그동안 4대 보험 적용에서도 제외되는 등 노동 시장의 대표적인 약자로 분류되어 왔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도급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성과에 따른 수수료 지급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고용부가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여부를 최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으면서, 올해 심의에서는 이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노동계가 꾸준히 요구해 왔던 사항으로, 도급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이미 각각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방안에 대한 자체 조사를 마치고, 최임위 1차 전원회의 전까지 근로자위원 단일안을 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도급근로자에게도 시간당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배달 업계 '긴장'…소비자 부담 증가 우려도
만약 도급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확대 적용될 경우, 택배 및 배달 업계는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하며, 이는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노동계는 도급근로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과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적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성장과 함께 도급 형태의 노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의 적극적인 인상 요구와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이라는 굵직한 쟁점들로 인해 예년보다 더욱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최임위가 노동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